미국 50세 이상 8,252명 자료에서 체중이 많은 기간이 길수록 기억력 저하가 빨랐다
관찰연구라 살이 뇌를 늙게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해마다 몸무게 변화를 기록하고 급한 감량은 주치의와 먼저 상의할 필요가 있다

나이가 들면 깜빡하는 일이 잦아지는 것을 흔히 세월 탓으로 여긴다. 그런데 미국 연구팀이 20년 넘게 쌓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체중이 많이 나가는 상태가 오래 이어진 사람일수록 기억력과 판단력이 더 빠르게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다만 이 결과가 “살을 빼면 치매를 막는다”는 뜻은 아니다.

24년 자료로 본 체중과 인지 기능

하이닥이 11월 5일 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대학교 공중보건대학 수항 송(Suhang Song) 교수가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미국 장기 추적 조사인 “건강·은퇴연구(HRS)”의 1996년부터 2020년까지 자료를 분석했다. 대상은 연구 시작 때 인지 기능이 정상이던 50세 이상 성인 8,252명으로, 시작 당시 평균 나이는 59세, 여성 비율은 58.2%, 한 사람당 평균 추적 기간은 17.5년이었다.

연구팀은 한 번 잰 체질량지수(BMI, 키에 비해 몸무게가 얼마나 나가는지 보여주는 값)가 아니라 여러 시점의 값을 모아 “누적 평균 체질량지수”를 계산했다. 기억력은 단어 기억 검사로, 실행 기능(계획을 세우고 집중하며 일을 순서대로 처리하는 능력)은 숫자를 연달아 빼거나 거꾸로 세는 검사로 쟀다. 결과는 신경학 저널(Journal of Neurology)에 실렸다.

분석 결과 누적 평균 체질량지수가 높을수록 전반적인 인지 기능, 기억력, 실행 기능이 모두 더 빠르게 떨어졌다. 나이, 성별, 교육 수준, 흡연, 우울증, 만성질환 수를 고려한 뒤에도 이 관련성은 남았고, 시작 때 만성질환이 있던 사람을 뺀 분석에서도 비슷했다.

65세 이상에서 더 뚜렷, 8년 뒤가 가장 컸다

연구팀은 체중을 잰 뒤 2년부터 16년 뒤까지 시차를 두고 살폈는데, 8년이 지난 시점의 인지 저하 폭이 가장 컸다. 나이별로는 50~65세보다 65세 이상에서 관련성이 더 두드러졌다. 성별과 교육 수준으로 나눈 집단에서도 결과는 대체로 같았다.

세계일보와 코메디닷컴에 따르면 연구진은 체중이 늘면 몸속 염증이 커지고 혈액순환이 나빠지며 인슐린 저항성(인슐린이 잘 듣지 않는 상태)이 높아질 수 있고, 이런 변화가 뇌 건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제시했다. 코메디닷컴은 송 교수가 “체중을 관리하면 단 2년 만에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상당히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함께 나타난 것과 원인은 다르다

이 연구는 사람들을 지켜본 관찰연구다. 체중이 많은 사람에게서 인지 저하가 빨랐다는 사실이 확인됐을 뿐, 체중이 직접 뇌를 늙게 한다는 인과관계까지 밝힌 것은 아니다. 하이닥은 키와 몸무게를 참가자가 직접 적어 낸 자료라 지방과 근육을 나누지 못했다는 한계도 함께 전했다.

코메디닷컴 역시 체중 관리가 실제로 치매 발생을 막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또 미국 자료인 만큼 체형과 생활 습관이 다른 국내 고령층에 그대로 옮기기에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같은 체질량지수라도 근육이 많은 사람과 뱃살이 많은 사람의 상황은 다를 수 있다.

무리한 감량보다 기록과 상담부터

코메디닷컴이 인용한 보건복지부 2023년 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2026년 약 101만 명으로 추정된다. 송 교수는 치매를 완치할 치료법이 아직 없는 만큼 바꿀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찾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고령기에는 식사를 갑자기 줄이면 근육이 함께 빠질 수 있어 혼자 판단해 굶는 방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해마다 건강검진 결과의 몸무게와 허리둘레 변화를 적어 두고, 체중이 몇 년째 늘고 있거나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면 주치의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체중에 영향을 주는 약을 먹고 있다면 약사에게, 기억력 검사는 가까운 보건소에, 검진 기록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물어볼 수 있다.

출처
· 하이닥(2026.11.05) “비만 기간 길수록 기억력 떨어져”… 장기 비만, 인지기능 저하와 연관
· 세계일보(2026.11.05) 체중 많이 나갈수록 뇌도 빠르게 늙는다…고령층 특히 조심해야
· 코메디닷컴(2026.11.04) “살찌면 뇌도 빨리 늙는다”…체중 늘수록 기억력 판단력 더 빨리 떨어져
수치는 미국 건강·은퇴연구 1996~2020년 자료를 쓴 관찰연구 기준이며 참가자가 직접 보고한 키와 몸무게로 계산해 인과관계를 보여주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