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60~70세 5만여 명 추적 결과, 두 감각 모두 저하된 집단의 치매 진단 위험 높아
지켜보며 관련성을 살핀 연구여서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워
잘 안 보이고 안 들리면 안과·이비인후과 검사부터 확인

글자가 뿌옇게 보여 안경을 고쳐 쓰고, 가족과 대화할 때 되묻는 일이 잦아지면 나이 탓으로 넘기는 어르신이 많다. 이런 변화가 눈과 귀에 동시에 나타난 고령자는 두 감각이 모두 정상인 사람에 비해 치매 진단 위험이 약 2.2배 높았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국내에 보도됐다. 다만 눈과 귀가 나빠졌다고 해서 치매가 온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일은 아니다.

검사로 잰 시력·청력, 12년 뒤를 살폈다

디멘시아뉴스가 11월 2일 전한 내용을 보면, 연구는 미국 마이애미대 밀러의대 연구팀이 맡았다. 대상은 대규모 건강 정보 자료인 영국 UK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60~70세 5만 1,584명이고, 추적 기간은 평균 12.1년이다. 이 기간에 1,504명(2.9%)이 치매 진단을 받았으며, 논문은 2026년 국제학술지 “국제노인정신의학(International Psychogeriatrics)”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 연구의 특징은 본인 응답 대신 실제 검사 수치를 썼다는 점이다. 시력은 평소 원거리용으로 쓰는 안경을 낀 채 컴퓨터 화면의 시력표로 측정했고,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못 미치면 저하로 나눴다. 보도에 따르면 이는 통상 말하는 0.5 미만 정도에 해당한다. 청력은 헤드폰으로 잡음 섞인 소리를 들려주고 숫자 세 개를 맞히게 하는 방식으로 쟀다.

집단별 치매 발병률은 정상 2.7%, 시력만 저하 3.6%, 청력만 저하 4.5%, 둘 다 저하 7.2%로 나타났다. 다른 요인의 영향을 보정하자 위험 증가 폭은 시력 저하 33%, 청력 저하 37%였고, 둘 다 저하된 경우는 약 2.2배까지 커졌다. 다만 둘 다 저하된 사람은 318명으로 전체의 0.62%에 그쳤다.

위험이 높게 나온 것과 원인으로 밝혀진 것은 다르다

이번 결과는 관찰연구(참가자를 지켜보며 관련성을 살핀 연구)에서 나왔으므로, 감각 저하가 치매의 원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감각 상태와 사회적 고립, 우울, 인지기능을 한 시점에 함께 쟀기 때문에 어느 쪽이 앞선 변화인지도 가리기 힘들다. 첫 측정 때 보인 인지 저하가 이미 치매 초기 증상이었을 수도 있다.

연구팀은 눈과 귀로 들어오는 정보가 한꺼번에 줄면 그만큼 적응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봤다. 두 감각의 저하 자체가 몸 전체가 약해지는 노쇠의 신호일 수 있고, 뇌 노화나 염증, 혈관 질환 같은 요인이 눈과 귀, 뇌에 함께 작용했을 수 있다는 설명도 나왔다. 잘 안 보이는 글자와 잘 안 들리는 소리를 해석하느라 뇌가 힘을 더 쓴다는 “인지 부담” 가설도 함께 거론됐다.

외로움과 마음 건강도 연결 고리로 꼽혔다. 우울 증상을 보인 비율은 감각이 정상인 집단이 5.7%, 둘 다 저하된 집단이 17.3%로 차이가 컸다. 경로 분석(요인들이 어떤 순서로 이어지는지 따져 보는 통계 방법)에서는 청력 저하는 고립과 우울, 시력 저하는 고립, 두 감각 저하는 우울을 거치는 경로가 유의하게 관련됐다. 이 분석 역시 같은 시점의 측정값에 기댄 것이어서, 실제 순서가 입증됐다는 뜻과는 별개다.

한국 어르신에게 그대로 옮기기는 어렵다

참가자의 87.7%가 백인이어서 인종과 생활환경이 다른 한국 어르신에게 수치를 그대로 대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2.2배라는 숫자도 집단끼리 비교한 값이어서 한 개인의 진단이나 앞날을 말해 주지 않는다. 눈과 귀가 함께 나빠졌어도 치매 진단을 받지 않는 사람이 많을 수 있고, 반대로 감각이 정상이라고 안심할 근거가 되는 것도 아니다.

연구팀이 더 눈여겨본 쪽은 인지기능이 낮거나 건강이 취약한 노인이다. 이들은 시력과 청력을 따로 보지 말고 같이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텔레비전 소리를 키우는 일이 잦아졌거나 글씨를 읽기 어려워진 어르신, 그런 변화를 곁에서 본 가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안과·이비인후과 검사부터 확인

연구팀은 시력과 청력 저하를 “검진과 치료, 재활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보았다. 다만 안경이나 보청기를 쓰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까지 이번 연구가 확인한 것은 아니다. 눈과 귀 자체의 불편을 덜고 일상을 편하게 유지하려는 목적에서 검사를 고려할 수 있다.

글씨가 흐리거나 말소리를 알아듣기 어려워졌다면 안과와 이비인후과에서 상태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기억력 변화까지 걱정되면 주치의나 보건소에 함께 상담할 수 있다. 복용 중인 약에 관한 궁금증은 약사에게, 건강검진 안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물어보면 된다.

출처
· 디멘시아뉴스(2026.11.02) TV 소리 키우고 글씨 흐릿?...눈·귀 함께 나빠지면 치매 위험 2.2배↑
수치는 영국 UK 바이오뱅크 60~70세 참가자를 추적한 관찰연구 결과로,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