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요양시설 수급자 열 명 가운데 네 명 가까이가 90일 동안 약을 10가지 넘게 사용
문제는 약의 개수보다 여러 병원 처방을 한꺼번에 보는 사람이 없다는 점
먹는 약을 모두 모아 주치의·약사에게 함께 점검받을 필요

아침, 점심, 저녁으로 나뉜 약봉지가 식탁에 쌓이고, 어떤 약을 어느 병원에서 받았는지 가족조차 헷갈리는 장면은 낯설지 않다. 여러 진료과를 오가는 어르신일수록 약은 하나둘 늘어나기 마련이다. 다만 약이 많다는 사실 자체보다 같은 계열 약이 겹치거나 함께 먹으면 탈이 날 수 있는 조합을 아무도 한데 모아 살피지 않는 구조가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국정감사에서 나온 요양시설 복약 수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 의원은 27일 국정감사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4년 연구보고서를 인용해, 장기요양시설 수급자의 37.7%가 90일 기준으로 10가지가 넘는 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보고서에서 시설 수급자의 50.6%는 중추신경계(뇌와 척수)에 작용하는 같은 계열 약을 겹쳐 먹고 있었고, 향정신성의약품(수면제나 신경안정제처럼 뇌에 작용하며 남용 우려가 있는 약)을 쓰는 비율은 29.3%였다.

하루에 처방받는 성분 수도 차이가 났다. 2023년 기준 시설 수급자는 하루 평균 7.22가지 성분을, 집에서 돌봄을 받는 재가 수급자는 5.33가지를 처방받았다. 다만 이 격차만 보고 시설 처방이 과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입소자의 건강 상태 등도 함께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약사 점검은 시작됐지만 처방 변경은 일부에 그쳐

건보공단은 2025년 4월부터 서울, 인천, 경기, 강원의 요양시설 22곳에서 약을 10가지 이상 먹는 입소자 등을 대상으로 다제약물(여러 약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상태) 관리 서비스를 하고 있다. 공단이 위촉한 약사가 시설을 찾아 약을 검토하고, 조정이 필요하다고 보면 시설 계약의사가 약을 빼거나 바꾸는 방식이다.

결과는 아직 기대에 못 미친다. 관리 대상 1,058명을 두고 약사가 처방 조정을 요청한 사례는 664건이었지만 실제로 바뀐 것은 209건이었다. 입소자 상당수가 시설 계약의사가 아닌 외부 병원에서 약을 받는데, 그 처방을 확인하거나 처방한 병원과 정식으로 협의할 통로가 없다는 점이 걸림돌로 꼽혔다. 강청희 건보공단 이사장도 다른 의료기관의 처방을 고치기는 쉽지 않다는 취지로 답했다.

약의 개수와 약의 문제는 다르다

노인 의료비도 불어나는 추세다. 남인순 의원이 공개한 건보공단 자료를 보면 건강보험 노인 진료비는 10년 사이 130% 늘었고, 지난해 전체 진료비의 46.1%를 차지했다. 그렇다고 약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어르신이 임의로 약을 끊는 것은 권할 일이 아니다.

고혈압, 당뇨병, 관절염 같은 만성질환을 함께 앓는 어르신은 꼭 필요한 약이 많을 수 있고, 갑자기 끊으면 오히려 몸에 무리가 가는 약도 있다. 거꾸로 약 가짓수가 적더라도 성분이 겹치거나 서로 작용을 바꾸는 조합이라면 점검 대상이 된다. 따져야 할 것은 숫자 그 자체가 아니라 중복과 상호작용을 누가 맡아서 확인하느냐다.

가족이 챙기고 물어볼 것

먼저 어르신이 먹는 처방약, 영양제, 한약까지 한 봉투에 담아 진료 때 주치의나 단골 약국 약사에게 한꺼번에 보여 주는 것이 좋다. 병원별로 따로 보여 주면 겹치는 약을 놓치기 쉽다. 수면제나 신경안정제를 오래 먹어 왔다면 지금도 계속 필요한지 물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요양시설에 계신 어르신의 가족은 시설이 다제약물 관리 서비스에 참여하는지, 외부 병원 처방까지 함께 검토하는지 시설에 확인할 수 있다. 집에서 지내는 어르신이라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가까운 보건소에 약 점검을 받을 방법이 있는지 문의해 볼 필요가 있다.

출처
· 데일리팜(2026.10.27) [국감] 강청희 “정보 연계로 요양시설 다제약물 관리 강화”
· 캐어유뉴스(2026.10.28) [오늘의 시니어 트렌드 분석] 2026년 10월 28일(수)
· 메디칼타임즈(2025.04.08) 건보공단, 장기요양시설 입소자 대상 다제약물 관리 실시
수치는 건보공단 연구보고서와 의원실 자료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