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보여준 경고

일본의 가계부 앱은 단순한 절약 도구가 아니라 제도의 한계를 드러내는 신호다. 65세 이상 무직 부부 가구가 매달 4만 2천 엔의 적자를 견디고, 81세 노인이 월세를 걱정하며 은행 앞에 줄을 서는 풍경은 고령화를 오래 예측하고도 그 부담을 개인의 저축과 가족의 돌봄에 떠넘긴 결과다. 일본의 실패는 노인이 절약을 몰라서가 아니라, '활력 있는 고령자'라는 평균의 서사가 빈곤 노인의 현금 부족을 가린 데 있다.

한국이 더 위험한 이유

한국은 일본보다 더 빠르고 더 가혹하게 늙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5년 20.3%를 넘어섰고, 2050년에는 40%를 상회할 전망이다. 더 심각한 것은 빈곤율로, 66세 이상 노인의 소득 빈곤율은 39.7%로 OECD 최고 수준이며 평균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연금 수급률은 90.9%에 달하지만 월평균 수급액은 69만 5천 원에 불과한 반면, 1인당 연간 진료비는 530만 원을 넘는다. '연금을 받는다'는 사실과 '연금으로 살 수 있다'는 사실 사이의 간극이 곧 한국 노인의 현실이다.

정책 방향

첫째, 기초연금의 정밀 타깃화가 필요하다. 노인 하위 70% 일률 지급 방식에서 벗어나 가장 취약한 75세 이상 단신 가구와 빈곤 노인에게 두텁게 집중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넓게 뿌리는 돈에서 꼭 필요한 곳을 두껍게 지키는 돈으로의 재설계다.

둘째, 연금 개혁의 후속 조치다. 2025년 국민연금 보험료율 13% 인상과 소득대체율 42% 상향은 의미 있는 출발이지만, 기금 고갈 시점을 15년 늦추는 데 그친다. 퇴직연금 의무화와 개인연금 세제 지원 확대로 다층적 노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계속고용의 한국형 모델 정립이다. 일본처럼 정년 연장을 일률 강제하지 않고 재고용·정년연장·정년폐지 선택지를 노사 합의로 결정하되, '일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생존 노동이 아닌 직무·성과 중심의 괜찮은 일자리로 설계해야 한다.

넷째, 세대 통합적 가계부 관리다. 75세 이상 노인의 현금 흐름, 50~60대의 고용 안정, 2030의 저축 여력은 따로 보면 세대 갈등이지만 함께 보면 국가의 미래 리스크 관리다. 청년 주거비 부담 완화와 자산 형성 지원이 곧 미래 노인 빈곤 예방책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결론

초고령사회는 지진처럼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지만, 소득·돌봄·의료·주거·고용이 사슬처럼 연결되어 서서히 붕괴한다. 한 끼 식비를 묻는 앱 알림이 노후 전체의 경보음이 되기 전에, 한국은 가계부를 국가의 미래 설계도로 읽어야 한다. 일본의 길을 따라가되 그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것, 그것이 한국이 가야 할 안전혁명의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