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사례: 점진적·자율적 민간 연계 모델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고령자 고용 문제에 직면해 단계적 접근을 취해왔다. 55세 정년제에서 시작해 60세 정년 의무화, 65세 고용확보조치 의무화를 거쳐 2021년 4월부터는 70세까지의 취업확보조치를 노력의무로 추가하는 점진적 제도 설계가 핵심이다. 주목할 점은 정부가 정년 연장을 일률적으로 강제하지 않고 기업에 재고용(계속고용), 정년연장, 정년폐지의 선택지를 주고 노사 합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2023년 기준 65세까지 고용확보조치를 실시하는 기업 비율은 99.9%에 이르며, 그 방법으로는 계속고용제도가 69.2%로 가장 많고, 60세 이상 상용 노동자 수는 2010년 242.8만 명에서 2023년 458.7만 명으로 약 2배 증가했다. 또한 도요타, 니토리홀딩스, 아사히맥주 등 민간 대기업이 자율적으로 70세 고용 제도를 시행하거나 도입을 추진하며, 시장이 정부 정책을 선도하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현실: 공공 의존형 구조의 전환점
한국은 2025년 노인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일하는 노인 중 74%가 생계비 때문에 일하고 있으며, OECD 평균의 두 배가 넘는 노인 빈곤율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정부는 3차 노인일자리 종합계획에서 공공형 60%, 민간형 40% 비율을 목표로 설정하고 베이비붐 세대 고령화에 대비해 민간 시장과 연계된 질 높은 일자리 비중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형 일자리 도입으로 사업량은 급증했지만 수행기관 수는 거의 늘지 않아 운영 부담이 가중되는 등 전달체계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향후 정책 방향
첫째, 민간 자율성에 기반한 단계적 고용연장 모델의 도입이 필요하다. 일본처럼 정년 연장을 일률 강제하기보다 재고용·계속고용·정년 폐지 등 선택지를 제공해 노사 합의로 결정하는 방식이 노동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둘째, 임금체계 개편을 통한 생산성 연동이다. 전기노인의 희망 급여가 94.9만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한 만큼,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전환해 기업 부담과 근로자 기대를 동시에 조율해야 한다.
셋째, 민간 매칭 인프라 확충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풍부한 직업 경력을 살리려면 단순 노무형 공공일자리에서 벗어나 직무 연계성이 높은 민간 일자리 발굴과 중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수요 다변화에 대응한 사업유형 다양화다. 전기노인의 31.6%가 비경제적 동기로 참여하는 만큼, 사회서비스형·전문경력형·시간제 등 선택권을 확대해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결국 한국은 일본의 점진적·자율적 모델을 참고하되, 노인 빈곤율이 높은 자국 현실에 맞춰 공공의 안전망 기능과 민간의 시장 기능을 균형 있게 결합한 한국형 고령자 고용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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