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같은 사람, 새로 들어가는 문은 좁다

서울 한 자치구에 사는 김 모 씨(72)는 5년째 같은 노인공익활동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매년 12월이면 복지관 담당자가 먼저 다음 해 신청서를 내밀고, 익숙한 절차에 따라 다시 한 해를 보장받는다. 같은 동네에 사는 박 모 씨(74)는 사정이 다르다. 무릎이 좋지 않아 복지관에 발을 끊은 지 3년째다. 동네 친구가 "용돈벌이로 좋다"는 말을 흘리듯 했지만, 어디서 어떻게 신청하는지 물을 곳이 없었다. 박 씨는 "하던 사람들만 계속 하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두 노인의 엇갈린 일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2025년 노인공익활동사업 참여자 206만 3,379명 중 신규 참여자는 17만 5,021명, 전체의 8.5%에 그쳤다. 나머지 90% 이상은 2년 이상 연속 참여한 기존 인원이다. 5년 이상 연속 참여자는 34만 5,008명으로 신규 참여자의 두 배에 달했다.

5조 원 예산, 그러나 진입로는 한 갈래

올해 노인일자리 사업에는 5조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그중에서도 노인공익활동사업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다. 정부는 매년 사업 규모를 늘리고 있고, 2026년에는 역대 최대인 115만 2천 개의 일자리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그 많은 일자리가 어떻게 알려지고 있느냐다. 노인공익활동사업은 노인복지관, 대한노인회, 시니어클럽, 종합사회복지관 같은 특정 기관을 통해 모집과 운영이 이뤄진다. 이들 기관과 연결된 노인 커뮤니티 안에서는 정보가 빠르게 돌지만, 그 바깥에 있는 노인에게는 사업의 존재 자체가 닿지 않는다.

특히 거동이 불편하거나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고립 노인일수록 정보에서 멀어진다. 복지관 출입이 활발한 노인은 매년 자동에 가까운 갱신 절차를 거치지만, 처음 65세를 넘긴 신규 노인이나 복지 인프라에서 떨어져 있는 노인은 신청 시기조차 알지 못한 채 한 해를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다.

"혜택의 양극화", 도움이 절실한 사람일수록 멀어진다

역설적인 것은 사업 본래 취지와 현실의 간극이다. 노인공익활동사업은 저소득 어르신의 소득 보전과 사회 참여를 동시에 지원하기 위해 설계됐다. 그러나 정보 접근성이 낮고 사회적 자본이 부족한 노인일수록 진입이 어려운 구조가 되고 있다. 사회적 관계망이 풍부한 노인이 매년 안정적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동안, 정작 고립도가 높은 노인은 5조 원짜리 정책에서 배제되는 셈이다.

이 격차는 초고령사회에서 더 위험하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선 지금, 매년 새롭게 노인이 되는 인구는 80만 명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베이비부머처럼 디지털 활용에 익숙한 신노년이지만, 도시 변두리나 농촌의 1인 가구 노인처럼 정보망 바깥에 머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신규 진입 비율이 8.5%에 머무는 한, 매년 늘어나는 신규 노인 다수는 제도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

모집 창구가 아니라 발굴 체계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사업 운영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통합돌봄서비스 같은 찾아가는 행정서비스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노인 공공 일자리 정보를 함께 전달한다면 고립 노인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 접수창구를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 행정복지센터와 방문 돌봄 인력이 직접 정보를 전달하는 발굴형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일부 지자체에서 시도 중인 1인 가구 노인 전수조사, 65세 진입 시 자동 안내 통지, 모바일과 우편을 병행한 다채널 안내 등을 표준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연속 참여자 관리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생계 보전이 절실한 저소득 노인에게는 안정적 참여가 중요하지만, 5년 이상 연속 참여자가 신규 참여자의 두 배를 넘는 현 구조는 형평성 측면에서 점검이 필요하다. 연속 참여자 비중을 일정 한도로 제한하거나, 신규 진입자에게 우선 배정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의 보완책이 검토될 수 있다.

양적 확대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사각지대

노인일자리 정책은 분명 진화하고 있다. 베이비부머의 등장과 함께 역량활용형, 시장형 사업단이 확대되고 있고, 시니어가 만든 제품이 가치 소비 흐름을 타고 인기를 얻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기초적인 공익활동 사업에서 신규 진입 비율이 8.5%에 그친다는 사실은, 이 진화가 모든 노인에게 고르게 닿고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진짜 질문은 일자리 개수가 아니라 정보가 닿는 범위다. 5조 원의 예산이 누구에게 도달하고 있는지, 그리고 도달하지 못한 노인은 누구인지 들여다볼 때 노인일자리는 비로소 복지가 될 수 있다.